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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만큼 성공한다] 김정운의 반복되는 이야기


[독후 칼럼 혹은 서평/블라블라 북] 2011/08/12 00:22 Posted by 오르™
책을 읽고 블로그에 리뷰를 남기면 세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먼저 읽은 책의 주장이나 느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감정적인 생각이나 느낌을 객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두번째 장점입니다. 장래에 이러한 자신의 사고의 괘적들을 블로그를 통해 언제든 반추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세번째 좋은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은 김정운의 <노는 만큼 성공한다>(북이십일, 2005)를 읽었습니다. 이 책이 먼저 출간되었으니, 오르가논은 저자의 책을 거꾸로 읽고 있는 셈입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 역시, 바쁜 한국인들에게 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창의성이 놀이와 관계된다고 저자가 그토록 강조하니,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맨 뒷장을 덮을 때까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신파조의 저자 체험담 외에는 없는 걸로 보아 저자는 독자 스스로 노는 방법을 알아서 찾아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잘 노는 방법에 대하여 모델로 제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일테면 새를 좋아하면 새전문가, 나무를 좋아하면 숲전문가, 영화를 좋아하면 특정장르의 전문가 혹은 매니아가 되라는 식입니다.

사소함에서 재미를 찾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라고 말합니다. 쉬어가는 것의 필요성과 여가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여가마저도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힘을 주는 저자의 모습은 허무 그자체입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전문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으며, 더욱이 특정 장르만 좋아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저자가 즐겨쓰는 화법대로 표현하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본 사람만이 영화의 참맛을 알 수 있는 법입니다. 그냥 영화를 즐기면 안되는 것일까요?

김정운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와 <노는 만큼 성공한다>를 읽고 나니, 책을 쓰는 저자의 무성의함에 깜짝 놀랬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두 책에다  아무렇지도 않게 베껴놓은 저자는 날로 먹겠다는 생각으로 그랬을까요?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번인데, 도대체 집필 당시에 무슨 생각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인내심을 발휘하며 끝까지 읽었지만, 그 시작과 끝의 알맹이 없음은 어제와 같았습니다. 저자는 강의 요청 받을 때, "다른 교육들이 너무 어렵고 딱딱하다 보니, 좀 재미있고 부드러운 강의를 해 주기를", "강의가 재미있다고 해서", "직무교육 사이에 좀 쉬어가는 느낌을 주는 강의로 넣었다"라는 말을 들을 때 열 받는다고 합니다.

독자들은 타인의 책에서 복제를 했건, 자신의 책에서 복제를 했건 간에 같은 이야기들이 버젓이 반복되면, 그것도 한 두개가 아니라 시리즈로 반복되면 정말 열받습니다.

저자는 '마음의 이론'을 소개하면서 타인과 정서공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잘 놀지도 못하며 남의 마음을 읽을 줄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자가 독자와의 정서공감 능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 '사회주의는 망했는데 자본주의는 너무나 잘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라는 황당한 현실 인식을 보인 저자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도 깊이 없는 인식들을 용감하게 드러내 보입니다.

한국에서 영화가 유난히 잘 되는 이유는 이 땅에 자기가 정말 재미있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당당하게 주장합니다. (다행히도 <타짜>에서 김혜수가 큰 가슴을 드러낸 이후로 한국의 가슴 큰 여배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공공연히 가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황당한 주장은 이 책에서 되풀이 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금 이땅에서 자본주의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저자에게는 한국 영화가 걸어온 고난과 성취의 길이 잘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저자에게 영화는 내가 앞서서 고민할 필요없이 아주 수동적인 편안함만 유지하면 되는 오락거리로 인식되는 모양입니다.

저자의 방식대로 한마디 합니다. 저자의 책이 많이 팔렸다면, 그것은 저자의 책이 재미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 땅에 자기가 정말 재미있게 읽어야 하는 책을 찾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저자가 독자와 정서공감을 못하면, 이런 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서두에서 말한 세가지 좋은 점 중에서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나를 추가해야 될 것 같습니다. '자기 정화'의 기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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