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에서 자란 장철민(소지섭 분)은 권투선수가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피끓은 청춘의 길에서 철민은 한 순간 길을 잘못 들어 교도소에 갔다 옵니다. 그후로 철민은 아침엔 생수 배달과 밤엔 주차박스에서 일을 하며 착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직 그대만>의 초반부에서 주차박스에서 일하던 할아버지는 철민에게 말합니다. "좋은 시간은 신께서도 질투하신다." 이 말을 이 영화를 끌어가는 '화두'가 됩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난 할아버지의 빈 자리는 신께서도 질투할만한 맑고 밝은 아가씨 하정화(한효주 분)가 대신합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하정화는 사고 후유증으로 점차 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주차박스에서 철민과 드라마를 보며, 정화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하는 시시콜콜한 디테일들을 그에게 묻습니다. 철민은 그런 그녀에게 어쩐지 마음이 끌립니다.
어느 날, 정화의 집으로 찾아온 그녀의 상사 마팀장(김정학 분)은 정화에게 몹쓸 짓을 합니다. 위험에 빠진 정화에게 관객들이 한없는 연민을 느끼고 공분이 극에 달할 즈음, 철민이 나타납니다. 마팀장의 목을 움켜잡은 철민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립니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 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넌 나한테 죽는다." 이 대사를 치는 소지섭의 표정, 정말 카리스마 짱입니다.
그러나 정화는 이 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시각장애인이 우리사회에서 함께 일할 공간은 어디에서도 없어 보입니다. 더욱이 시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정화는 조만간 수술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시력을 잃고 맙니다. 철민은 결심합니다. 자신이 그녀를 책임지겠다고! 그 순간 관객들은 아득한 사랑을 느낍니다.
이후 철민은 사랑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화에게 공방을 차려주기 위해 철민은 킥복싱을 시작했고, 정화의 눈수술을 위해 목숨을 건 결투에 나섭니다. 정화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철민은 목숨을 담보로 태국으로 날아갑니다. 신께서 좋은 시간을 질투하는 순간이 무섭게 시작됩니다.
<오직 그대만>은 여러 장면에서 눈물샘이 터집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정화가 V자를 그리며 철민과 헤어질 때, 철민이 사생결단의 결투에서 살아남았으나, 돈을 뺏기고 등에 칼을 맞고서는 도로에 비참하게 버려졌을 때, 그로부터 2년후 병원에 입원해 있는 철민을 누구인지도 모른채 정화가 안마를 해 줄 때, 잔잔한 훌쩍임이 객석 여기 저기서 들립니다.
정화는 철민의 얼굴을 알 수가 없습니다. 시력을 회복하고나서 철민을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철민이 공방을 몰래 방문하고 간 이후, 정화는 그가 철민이었음을 직감합니다. 철민을 찾으려고 거리로 뛰쳐나갔지만, 끝내 찾지 못하는 정화의 애절함에 객석은 그만 울음이 터지고 맙니다.
<오직 그대만>의 리듬은 요즈음 영화와는 많이 다릅니다. 영화가 느립니다. 느린 영화는 기교를 부리지 않고 진중함을 기다립니다. 철민을 기다리는 정화의 그 끝없는 사랑은 숙연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세상에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철민을 기다리는 정화의 일상은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오직 그대만>은 '인과응보'를 밑바탕에 펼쳐놓고 철민의 인생을 조용히 지켜봅니다. '좋은 시간은 신께서도 질투하신다'는 할아버지의 말은 우리들 인생의 부질없음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다음에 그 말은 신께서도 질투하실만한 철민과 정화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예고했던 말로 바뀝니다..
자, 여러분들은 지금 이 순간 어떤 사랑을 하고 계시는지요? 영화를 보던 와이프는 웃통을 벗고 킥복싱 트레이딩을 하던 소지섭의 복근 근육을 보면서 잠자리에서나 낼법한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그 순간의 초라함이란 대부분의 남성들이라면 다 느낄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소지섭을 '소간지'라고 불렀을까요?
대신 저는 공방에서 일하는 총각이 정화에게 "저 미혼이시지요?"라고 물었을 때, 너무나도 밝게 대답하는 한효주의 모습이 선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사랑의 원형질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여자가 기다리는 맛이 있어야지 말이야"라고 말입니다. 결국 영화를 보고 나서 과한 술 탓인지, 크게 한바탕 싸우고 말았습니다. 나쁜 소간지...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우리는 사랑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참 큰 일입니다. 그래도 <오직 그대만>을 보는 동안만큼은, 잊고 있었지만 가슴속에 늘 자리한 사랑의 원형질이 발아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오직 그대만> 2011년 영화 감독 송일곤, 출연 소지섭 (장철민 역), 한효주 (하정화 역), 강신일 (최관장 역), 박철민 (방코치 역), 윤종화 (민태식 역), 드라마 | 한국 | 105 분 | 개봉 2011-10-20 | 15세관람가, 영화 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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