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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모아 로맨스] 티끌을 무조건 모은다고 로맨스가 될까?


[일상/영화 여행자] 2011/11/18 13:41 Posted by 오르™
<티끌모아 로맨스>는 주연배우들의 연기력에 전적으로 의존한 영화였으나, 결과는 별무신통했다. 이 영화에서 88만원 세대의 아픔이나 연인들의 로맨틱한 연애감정은 발견할 수 없다. 알맹이가 없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쉽게 잊히게 마련이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주인공들의 삶을 이야기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파편화된 에피소드로 나열한다. ‘세상에 돈 안 되는 물건은 없다’는 구홍실(한예슬)이 백수 지웅(송중기)을 꼬드겨 두 달에 오백만원을 모으는 백태를 지루하게 보여준다.

홍실은 2억원을 목표로 신부신랑 친구 아르바이트에서부터 피로연 잔반 챙겨가기, 버려둔 쓰레기봉투에 자기 쓰레기 눌러 담아 버리기, 빈집에서 폐품 수집하기, 카페에서 설탕 훔치기로 티끌을 모아간다. 여기에 생각 없는 지웅이 동참하면서 이들의 티끌 모으기는 희화화된다.

여친과 모텔에 갔다가 콘돔 값에서 오십원이 모자라 섹스를 하지 못한 지웅이다. 월세를 내지 못해 옥탁방에서 쫒겨났지만, 여친에게는 80만 원짜리 명품 구두를 사주는 지웅이다. 이러한 지웅이 홍실과 의기투합해 티끌을 모으는 장면들은 서울 하층부에 기생하는 기괴한 두 괴물을 보는 듯하다.

홍실은 돈을 모으기 위해서 온갖 부정한 방법들을 다 동원한다. 홍실이 두 달에 오백만원을 모은 방법은 어느 것 하나 정당하지 못한 수단들이다. 더구나 홍실은 지웅이 몰래 그의 재개발 이주비를 타 먹는 악랄한 수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홍실의 삶에서 근검절약이나, 근면성실의 미덕을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기성세대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꼼수로 돈을 모으려는 욕심만 보일 뿐이다. 지웅이도 마찬가지다. 비록 가난하지만 정정당당함을 잃지 않는 패기는 찾아 볼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삼는 그들이 괴물로 비치는 까닭이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홍실과 지웅의 가난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개인사로 치환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장례비용 때문에 어머니의 장례를 온전히 치르지 못한 트라우마가 홍실을 지독한 돈벌레로 만들었으며, 사리분별력 없는 지웅의 기질이 지웅이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었다는 식이다.

그러니 <티끌마 로맨스>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티끌을 모아도 로맨스가 생기지 않음을 반증하는 영화가 돼버렸다. 사랑의 본질은 연민에 있다. 연민은 어렵지만 굴하지 않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지웅이와 홍실에게서 그런 연민은 느낄 수가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한예슬이 아무리 연기를 잘 한다한들 홍실을 사랑받을 만한 여자로 포장하지 못했을 것인데, 한예슬의 연기는 아직 그 정도의 내공을 갖춘 것은 아니다. 송중기의 연기도 마찬가지다. 억지스런 표정과 과장된 발성들은 지웅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기괴스럽게 만들고 말았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88만원세대의 생존법을 모자이크로 열심히 보여줬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모자이크는 조화롭게 한 편의 그림이 되지 못했다. 영화를 본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스토리가 가물가물하다. 정정당당하지 못한 두 젊은이의 삶에 대한 태도처럼, 영화 또한 88만원세대와 로맨스를 억지로 끼워 맞추었기 때문이다.

<티끌모아 로맨스> 2011년 영화, 감독 김정환, 배우 한예슬(구홍실), 송중기(천지웅), 이상엽, 코미디, 한국, 114분, 개봉 2011.11.10. 15세관람가, 영화 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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